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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가 처음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지 4년차에 접어들었다. 한때는 전자상가의 프로모션 진열대에서만 볼 수 있던 스마트TV가 이제 일반 가정집의 거실에서도 종종 보일 정도로 점진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하지만 디바이스의 자체 보급과는 상관없이 아직 사용자들의 인식 속의 TV는 스마트하지 않은 듯 하다.

우연히 지인의 집에 방문하여 스마트TV가 놓여있는 것을 목격하였을 때, 반가운 마음에 주로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물어보았다. 주인은 새삼스럽다는 표정으로 일반 TV와 다를 바 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심지어는 스마트 기능을 사용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디자인이 세련되고 화질이 좋기 때문에 구매하였다는 말을 덧붙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 같은 대답은 스마트TV를 사용하는 대다수의 사용자들에게서 비슷하게 나올 듯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패턴이 어느 정도 다변화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는 달리 스마트TV는 99.6%의 콘텐츠 사용 시간이 ‘TV∙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NPD의 보고서에서도 사용자들이 스마트TV를 통해 소비하는 콘텐츠의 약 75%가 넷플릭스, 유투브 등의 OTT(Over-The-Top, 방송 전용망이 아니라 일반 인터넷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 서비스라는 것을 밝혔다. 결국 지금까지 스마트TV의 사용 용도는 IPTV와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스마트TV가 관련 업계에서는 스마트홈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반면, 실제 가정에서는 별다른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용자들이 기존의 스마트TV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

스마트TV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스마트폰 등장 때와 같이 열풍을 일으키지 못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TV의 강점을 부각시켜 줄만한 킬러 콘텐츠의 부재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스마트폰을 기존의 피쳐폰과 확연하게 차별화시켜 주는 카카오톡 등의 킬러 서비스가 디바이스 시장과 서로에게 가치를 더해주는 요소가 되어 선순환 구조 속에 성장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스마트TV의 초기 앱 시장은 단순 정보전달 앱이나 기존 모바일 앱을 컨버팅한 서비스 등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굳이 사용자가 폰을 내려놓고 리모콘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용할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기기의 상대적으로 낮은 성능으로 인한 불편이다. 사실 단순 출력장치이던 TV본체에 연산 장치가 들어가고 인터넷에 연결한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혁신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모바일을 통해 초고속 혁신을 경험하여 눈높이가 높아진 사용자들은 다른 스마트 디바이스에 비해 느린 스마트TV에 답답함을 느낀다. 또 리모콘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여전히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소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삼성 스마트TV의 동작인식 방식은 카메라가 사용자의 손 인식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했고 LG 시네마 3D TV의 매직리모콘 방식은 TV와의 거리와 각도에 따라 조작의 정확도가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위의 두 가지 이유로 인해 TV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TV는 1920년대에 영국에서 처음 실용적인 모델이 발명된 이후로 오랜 세월 동안 수동적으로 ‘제공되는 방송만을 시청하는’ 전통적인 린백 디바이스Lean-back device로 자리매김 해왔다. 케이블 채널과 IPTV 서비스가 등장함에 따라 조금씩 사용자에게 주체성이 주어졌지만 여전히 통신 사업자가 제공하는 한정된 방송 콘텐츠 내에서의 선택이라는 틀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닐슨Nielson은 ‘태블릿/스마트폰 이용자의 70%는 TV 시청 시간에 단말기를 동시에 활용하는 멀티태스커’라는 연구 자료를 발표했다. 이 통계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많은 사용자들이 멀티태스킹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스마트TV를 통한 방송연계 콘텐츠 제공 또는 기기간 컨버전스 서비스의 전망이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반대로 아직까지 정보를 얻기 위해 타 디바이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전히 TV는 수동적으로 방송을 제공받는 창구로만 남겨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패러다임을 깨뜨릴 만한 콘텐츠가 나오지 않는 한 아무리 TV가 스마트해져도 방송 시청 외의 역할은 외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왔다.



스마트TV 시장에 반전이 일어난다

하지만 올해 초 삼성과 LG에서 모두 뛰어난 성능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작년부터 꾸준히 시장에 진입하고 있던 콘텐츠 사업자들이 주목할만한 서비스들을 내어놓기 시작하면서 판도가 다시 한 번 바뀌고 있다.


콘텐츠의 측면에서는 크게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먼저, TV를 통해 사용하기에 적합한 새로운 UX/UI를 적용한 서비스들이 증가하였다. 리모콘을 통해 조작하는 상황에서도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메뉴 구성 및 배치가 이뤄지는가 하면 TV의 넓은 화면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앱들도 출시되었다. 그 예로, ‘네이버’ 앱은 TV 시청을 크게 방해하지 않으면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자유롭게 방송을 시청하면서 4방향키 만으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핫토픽, 24시간 이내에 방송되는 방송 정보 등을 즐길 수 있다. 콘텐츠와 관련된 두 번째 변화는 양질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서비스 제공자들이 스마트TV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제공되는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가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모든 지상파 채널의 VOD를 다시 볼 수 있는 pooq 서비스, EBS의 인터넷 수능강의를 TV로 제공하는 EBSi 등도 각각 하나의 앱 형태로 제공된다. 삼성은 미국의 Spotify와 제휴를 맺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LG는 인기 게임 제작사들과 제휴를 맺어 Swampy, Revolt Classic 등을 제공하는 등 전략적인 콘텐츠 제공도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는 시장의 경계를 넘어 IPTV 시장과 콘솔시장에서도 퀄리티가 검증된 서비스들이 스마트TV 시장으로 진입하려는 움직임도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변화의 모습들이 그간 비교적 잔잔한 파도만 치던 스마트TV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 반전은 하드웨어 자체에 괄목할만한 개선이 있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제품에 쿼드코어 CPU를 적용하여 연산처리 속도를 대폭 향상시켰고, LG전자는 신제품에 ‘시네마 3D’ 엔진 탑재, GPU 성능 개선 등을 통하여 본연의 강점인 화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입력장치와 방식에도 발전이 있었다. 삼성 스마트TV는 기존의 동작인식을 강화하여 새로운 제스처를 추가하였고 한 손뿐 아니라 양손까지도 인식할 수 있게 하였다. 새로운 리모콘에는 숫자 버튼 대신 터치 패드가 장착되어서 그 위에 손가락으로 숫자를 쓰면 해당 채널로 이동할 수 있다. LG 시네마 3D TV는 매직 리모콘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였다. 리모콘을 들고 허공에 숫자를 그리면 해당 채널로 이동할 수 있으며 매직 리모콘 하나만으로 TV 뿐 아니라 주변 기기도 제어가 가능하다. 음성 인식 기능에 대해서는 삼성과 LG 모두 자연어를 인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향상시켰다.


이러한 콘텐츠와 하드웨어의 변화들이 스마트TV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콘텐츠 소비패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궁극적으로 스마트TV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지에 대하여 주목해 볼만하다. 현재 각 TV제조사와 콘텐츠 사업자들 모두 TV 본연의 강점인 영상재생(방송)에 어떻게 스마트 디바이스로서의 가치를 더할지 고민 중에 있는 듯하다. TV에 대한 패러다임을 한번에 뒤집으려 하기보다는 기존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여기에 사용자가 감동할만한 가치를 추가하여 TV에서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네이버 뮤직 앱은 방송 시청 중에 흘러나오고 있는 곡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곡명과 가수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원할 경우 플레이 리스트에 저장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 스마트TV는 사용자의 시청 패턴을 분석하여 좋아할만한 영상 및 채널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S-recommendation 기능이 자체적으로 내장되었고, LG Cinema 3D TV는 내장 메모리 또는 외장 저장장치를 연결하여 방송화면을 실시간/예약 녹화할 수 있는 타임머신 기능을 내장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 가운데 누가 먼저 새로운 시장의 핵심가치를 정확히 파악하여 스마트TV 산업을 견인할만한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낼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스마트TV가 실용성의 측면에서 구매자들에게 억울함을 주었던 ‘껍데기만 스마트TV’에서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스마트 홈의 종합 미디어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으며 등장했던 스마트TV에게 지난 3년은 과도기적 시기였다. ‘제 값을 하지 못한다’는 평을 듣는 굴욕을 경험하기도 했던 한편, 길지 않은 시간 만에 융합과 새로운 입력방식에 대한 가능성을 조금씩 현실화시키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콘텐츠 사업자들이 질적인 경쟁을 시작하고 그것을 담을 수 있는 디바이스의 성능적 기반도 갖춰진 올해가 스마트TV 시장에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고민과 시도가 담겨 스마트TV를 더욱 값지게 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많이 출시되기를 기대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향후 리포트에서는 최근에 출시되었거나 새롭게 출시되는 서비스들 중에 주목할만한 서비스들도 모니터링하여 함께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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