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원문보기]



스마트TV가 등장한지 벌써 4년이다. 아이폰이 휴대폰 시장을 뒤흔든 것처럼, 스마트TV가 기존 텔레비전 생태계를 뿌리채 바꿀 것이라는 예상은 지금은 한물간 시나리오로 취급된다. 한때 스마트TV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했던 이들중에는 후회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만만치가 않았다. 스마트TV로 분류할 수 있는 TV 보급 자체는 늘었지만 활용도가 너무 떨어진다. 스마트TV 사놓고 예전처럼 TV만 보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어렵다는게 가장 큰 이유다. TV를 쓰기 위해 사용법을 공부해야하는 상황은 남녀노소 편하게 보던 TV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겐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컴퓨터처럼 어렵고 불편한 TV를 사용자들은 외면했다. 이것은 어려운 스마트TV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사용자 경험(UX)에 있어 혁명을 불러일으킨 아이폰이 나온 후 등장한 초창기 스마트TV의 UX, UI가 반사용자적이었던 것은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다. 

 

아이폰이 던진 메시지중 하나는 경쟁력있는 UX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용자들을 파고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스마트TV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스마트TV 에 담긴 UX는 사용자 친화적이지 못했다. 



핸드스튜디오 이영원 실장



이유가 뭘까? 최근 스마트TV용 애플리케이션 전문 업체인 핸드스튜디오의 이영원 UX 디자인 실장을 만나 뭐가 문제인지 이것저것 물었다. 

 

우선 이영원 실장은 스마트TV가 스마트폰이 제공한 사용자 경험을 그대로 모방하려 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자들이 ‘스마트’라는 단어에 갖는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고 이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마트TV에 무조건 많은 기능을 집어넣었는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격이라는 말이다. 

 

"TV는 거실 벽면에 걸어 놓고 떨어져 원격으로 제어하잖아요? 그러다보니 제한사항이 많습니다. 스마트폰과는 소비 방식이 전혀 다른 기기인거죠. 이런 점이 초반에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어요." 

 

이영원 실장에 따르면 그 동안 사용자들이 많이 다운로드한 인기 스마트TV 앱은 리모콘을 이용해 쉽게 쓸 수 있는 간단한 앱이 대분이었다. TV는 원격제어해야 하는 기기인 만큼 조작을 최대한 줄이고 단순화하는 게 스마트TV UX디자인의 핵심이라는 것이었다. 

 

이영원 실장은 1년간 공들여 만든 ‘로이포이’라는 앱을 예로 들었다. 

 

동작인식 기능을 이용해 어린이들을 위한 색칠 공부 앱으로 3D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색을 칠할 수 있는 그야말로 스마트한 TV앱이다. 스마트 인터렉션이라는 동작인식 기능을 이용하면 손바닥을 모아 접었다 펴는 동작을 취해 양면에 똑 같은 그림이 찍히는 데칼코마니를 만들 수 있다. 

 

핸드스튜디오에게 로이포이는 개발, 디자인, 3D, 기획 등 모든 측면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인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다. 작년에 만든 앱 중 다운로드 수가 제일 적었다. 스마트 인터렉션 기능을 제공하는 TV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동작인식 등 지나친 스마트 기능들이 탑재돼 사용자들의 접근성을 해친 결과였다. 

 

사실 로이포이는 이전에 만든 색칠 공부 앱이 많은 인기를 끌자 스마트 인터렉션 기능을 넣으면 더 좋겠다 싶어서 만들게 된 앱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전 앱은 리모콘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색상을 선택해 그림에 넣으면 되는 아주 단순한 앱이었고 로이포이는 지나치게 스마트한 기능을 투입했다는 점이다. 

 

간단한게 좋다는 것은 제조사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올해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는 제조사들의 반성도 엿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기능보다 TV본연의 기능인 영상 재생 장치에 어울리는 기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UHD, 4K, 커브드, 벤더블 등 더 선명하고 몰입감 높은 영상 시청을 제공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스마트TV앱도 마찬가지였다. 고해상도 콘텐츠를 뒷받침해주고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선보였다. 

 

이 실장은 “이번 CES에서 삼성TV에 들어간 내셔널지오그래픽 앱도 그렇고 콘텐츠공급사(CP)에서 가지고 있는 초고화질 사진 및 영상을 제대로 소비할 수 있게 해주는데 최근 앱 개발 초점이 맞춰졌다”며 “UHD나 4K 사진.영상을 사용자들이 보고 싶을 때 재빨리 쉽게 소비할 수 있게만 해도 스마트TV가 해결해야 하는 단기 목표는 달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앞으로 스마트TV에 새로운 기능을 넣는다면 다른 기기를 연동해 쓰는 방법이 많이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사용자의 하루 생활 전체를 봤을 때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시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서비스 디자인’관점에서 사용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하고 또 TV, 스마트폰, 태블릿, PC가 저마다가 강점과 약점이 있는데 이종제품간 결합이 이뤄졌을 때 시너지가 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TV는 검색, 정보 입력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PC 웹이나 태블릿이 보완해 주고 태블릿이 부족한 디스플레이 기능은 TV가 맡는 식이다. 

 

그는 이종기기간에 결합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앱으로 ‘진저브래드맨’을 소개했다. 콘텐츠 저작권이 끝난 이야기를 가져와 일러스트를 입히고 모바일과 스마트TV를 결합한 컨버전스 앱이다. 

 

모바일에서 ‘후’ 바람을 불면 TV에서 집이 날아가고 모바일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번갈아 탭하면 진저브래드가 도망가게 만들었다. 이런 식의 인터렉션이 20챕터마다 하나씩 들어가 있어 엄마와 아이가 함께 즐기기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기가 높아 삼성스마트TV뿐 아니라 휴맥스TV, SK TV등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구입한 회사의 효자 앱이다. 

 

이 실장은 “스마트TV와 다른 디바이스가 결합돼서 시너지를 내면서 서로의 장점들을 부각시켜줄 수 있는 전체적인 시나리오상에서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핸드스튜디오도 스마트홈 서비스를 3년간 진행하면서 계속 이런 시나리오를 찾아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유경 기자/ lyk@zdnet.co.kr

사업자 정보 표시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